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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거/앰프와 이펙터

존 메이어와 다가오는 시뮬라크르 (존메이어 X 플러그인에 대하여)

by 시무정 202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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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시뮬라르크 안에 들어와있습니다."


 

유명한 이펙타 회사인 JHS의 사장 JHS씨가 좋은 글을 하나 남겨주셨습니다.

 

제가 대학시절 인상깊게 읽었던, 아니 겉핥기를 시전했던 책이 하나 있는데,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1981) 이란 책입니다.

 

 

우리가 쓰는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철학적인 의미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통 깨지는 사고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게 했떤 책입니다.

 

이 책에 같이 등장하는 단어로 "시뮬라크르" 라는 것도 있는데,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없는 모방/복제된 사물이나 모형이고,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진 세상이 시뮬레이션입니다.

 

이 개념을 왜 말하냐면....

 

 

기타 이펙터 세상이 이제는 시뮬라크르화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substack.com/inbox/post/183567108?utm_campaign=post&utm_medium=web&triedRedirect=true

 

JOHN MAYER AND THE COMING SIMULACRA

WHERE DIGITAL AND ANALOG BEGIN TO BLUR

substack.com

 

JHS아저씨가 존메이어로 하여금 플러그인(실체가 없는 이펙터계의 시뮬라크르)의 세상이 도래했다

약간 이렇게 얘기하셨는데 전반적인 내용이 좋아서 가져와봤습니다.

 

 


존 메이어와 다가오는 시뮬라크르

디지탈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지점

 

지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존 메이어(John Mayer)가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 앰프를 하나씩 바꿨가며 연주하는 모습이죠. 실제 1964년형 펜더 비브로버브(Fender Vibroverb), 덤블 스틸 스트링 싱어 Dumble Steel String Singer) 2번 모델, 투-락(Two-Rock) 프로토타입 등을 오가다가, '뉴럴 DSP(Neural DSP)'라는 회사가 그 장비들을 그대로 모델링해 만든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 전환합니다.

그는 연주하고,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는 무엇이 실제 장비이고 무엇이 소프트웨어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맞을 때까지 수없이 수정을 반복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들이 첫 시도에 거의 완벽하게 잡아냈습니다." 메이어의 말입니다.

이것은 평범한 신제품 출시가 아닙니다. 단순히 우리가 새로 사야 할 물건 하나가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일종의 철학적 사건입니다.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수십 년 동안 DSP(디지털 신호 처리) 업계는 실제와 인공물의 구분이 사라지는 순간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기타 연주자들 사이에서 이 기술적 수용도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 것이죠. 이는 올드스쿨 기타 포럼의 '부머(Boomer)'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밀레니얼 및 Z세대 사이의 간극을 더욱 벌려 놓았습니다.

존 메이어는 장비에 있어 절대 타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그는 존 메이어니까요. 그는 집보다 비싼 앰프들, 기타로 가득 찬 방들, 웬만한 수집가보다 많은 페달들로 이루어진 '박물관'급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종교적 헌신에 가까운 집착으로 큐레이팅한 장비들이죠. 존은 무엇이 좋은 소리인지 정확히 압니다.

그런데 이제 그 거대한 장비 전체가 소프트웨어로 존재합니다. 단돈 199유로에, 노트북과 오디오 인터페이스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완벽한 대체재의 등장 

혹자는 "돈 벌려는 상술이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존 메이어는 소프트웨어 몇 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할 사람이 아닙니다. 이건 기술이 가져다줄 편리함을 포용하는 명민한 연주자의 선택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완벽한 대체재(Perfect Substitute)'라고 부릅니다. 소비자가 두 재화 사이의 차이를 느끼지 못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수십 년간 디지털 모델링은 불완전한 대체재였습니다. "비슷하지만 프로들은 차이를 아는" 정도였죠. 하지만 이제 메이어는 그 간극이 메워졌음을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한 논쟁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에 관한 것도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신호를 전례 없는 방식으로 복제할 수 있게 된 시대적 현실에 관한 것입니다. 1과 0의 조합이 완벽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허용의 계보 (The Lineage of Permission)

기타 기술의 혁신은 '허용(Permission)'을 통해 움직입니다. 누군가 무언가를 하면, 그 행위가 다음 사람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식입니다.

최초의 디스토션 소리는 실수였습니다. 앰프의 한계를 넘어서며 난 소음이었죠. 하지만 누군가 "이 소리 좋은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링크 레이(Link Wray)나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 같은 개척자들에게 이어지며 '퍼즈(Fuzz)'는 실수가 아닌 '사운드'로 허용되었습니다.

디지털 처리 기술도 40년간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80년대 보스(BOSS)의 조악한 초기 효과음부터 90년대 라인6(Line 6)의 POD까지, 이들은 조금씩 값비싼 빈티지 앰프로부터 연주자들을 '해방'시켰습니다. 그러나 "황금 귀"를 가진 프로들은 여전히 디지털을 불편해했습니다.

그런데 비싼 장비의 비공식 대변인 같았던 존 메이어가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천장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것은 허용의 사슬에서 단순한 한 단계가 아니라, 사슬이 종착역에 도달했거나 혹은 새로운 시작임을 의미합니다.


시뮬라크르의 전도: 지도가 영토를 앞서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레이션>에서 이미지가 실제 현실을 대체하고, 나중에는 이미지와 현실의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세상을 묘사했습니다.

보드리야르는 이미지의 단계를 네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 성실한 복사본: 실제 마샬 앰프 소리를 흉내 내는 초기 모델러.
2. 왜곡된 복사본: 원본을 개선하거나 변형함. (초기 POD 등)
3. 원본 없는 복사본: '덤블 사운드'처럼 실제보다 신화가 더 커진 상태. 사람들은 유령을 쫓기 시작합니다.
4.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이미지: 이제 복사본이 원본을 참조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앰프들이 등장합니다. 질문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실제와 어떻게 다른가?"라고 묻기엔 원본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드리야르는 보르헤스의 소설을 인용합니다. 제국의 지도가 너무 정교해져서 결국 실제 영토 전체를 덮어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지도가 영토보다 앞서기 시작합니다.

이제 '역 시뮬라크르(Reverse Simulacra)'가 일어납니다. 어떤 연주자가 존 메이어 플러그인(복사본)으로 기가 막힌 소리를 녹음합니다. 이를 들은 다른 연주자가 실제 수억 원짜리 덤블 앰프(원본)를 가져와서 그 플러그인 소리를 흉내 내려고 애씁니다. 원본이 복사본을 닮으려고 하는, 세상이 뒤집힌 순간입니다.


기타의 현재 위치 (Where Guitar Lives Now) 


그렇다면 기타는 보드리야르의 이론 체계 안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요?

앰프 모델링 역사의 대부분 동안, 우리는 명백히 1단계와 2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라인6의 POD는 마샬 JCM800의 소리를 반영하려 애썼죠. 꽤 근접했습니다. 모두가 그것이 진짜는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유용했습니다. 즉, 하나의 '재현(Representation)'이었던 셈입니다.

이후 켐퍼(Kemper)가 우리를 더 밀어붙였고, 프랙탈(Fractal)도 그랬습니다. 간극은 좁아졌습니다. 뉴럴 DSP(Neural DSP)가 헤드룸, 반응성, 배음 구조 등을 분자 수준에서 캡처해내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3단계로 미끄러져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이 너무 훌륭해진 나머지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할 지경이 된 것이죠. "대체 무엇이 '진짜'란 말인가?" 신호 경로가 동일하고, 배음 구성이 동일하며, 터치 반응마저 동일하다면, 대체 무엇이 빠져 있다는 말일까요?

과거에 그 정답은 이랬습니다. "연주자는 안다. 전문가는 안다. 귀가 예민하고 경험 많은 사람은 언제나 그 차이를 말할 수 있다."

존 메이어는 바로 '그 차이를 알아야만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본인조차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가 그의 말을 믿는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잃게 될 것 (비사물, Non-Things)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사물의 소멸>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사물이 디지털 정보로 변할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에 주목합니다.

진공관 앰프는 '사물'입니다. 무게가 있고, 열이 나며, 뜨거운 유리와 트랜스포머의 냄새가 납니다. 그것은 스튜디오 구석에 자리 잡고 수년간의 사용감을 통해 의미를 축적합니다. 우리 몸에 저항하고 현존감을 주는 '대항체'입니다.

반면 플러그인은 '비사물(Non-thing)'입니다. 무게도, 온도도, 냄새도 없습니다. 그것은 정보로 존재합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하는 것입니다.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거나 회사가 사라지면 그것도 사라집니다.

기타 문화는 항상 '사물의 문화'였습니다. 레스폴의 무게, 낡은 스트라토캐스터 넥의 질감, 빈티지 페달의 상처들. 우리는 이 물건들에 이야기를 담아 대물림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현실을 놓아주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

저는 지금 이 현상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뿐입니다.

존 메이어는 자신의 덤블(Dumble) 앰프와 그 앰프를 디지털로 모델링한 결과물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제 다음 세대의 연주자들은 원본을 실제로 접하기도 전에 시뮬레이션을 먼저 경험하며 자라날 것입니다. 복사본이 기준점(Reference)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지도가 영토보다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에서 어떤 기타리스트는 플러그인을 꽂고 아름다운 곡을 녹음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결코 궁금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서 있는 곳에서 볼 때, 그는 아무것도 놓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존은, 자신의 앰프와 페달들이 디지털 세상에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들을 사랑하거나 사용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투어 때가 되면 여전히 그 무거운 장비들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겠죠.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이제 그는 노트북을 열고 프리셋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지난 수십 년간 정립해 온 자신의 기타 톤을 단 몇 초 만에 스피커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저, 우리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가오는 시뮬라크르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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